슈퍼 투렛 증후군 환자는 진정한 인간, 어디까지나 개체 다운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충동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환자가 싸움에서 승리하는 기적이 일어난다. 살아가는 힘,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 개체 다운 존재로서 살고 싶다는 의지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떠한 충동이나 병보다도 강하다. 싸움을 겁내지 않는 용맹스러운 건강이야말로 항상 승리를 거머쥐는 승리자인 것이다.
신경학자인 올리버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서두에서, 그가 지금껏 질병과 사람한테 똑같은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밝혔다. 그는 평생 동안 연구해본 결과 '이 사람의 병이 무엇인가?' 보다 '이 병을 앓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한 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므로 환자를 곤충 대하듯 진료해서는 안 된다. 의사는 자아를 지닌 인간을 치료하는 사람인 것이다.
신경학은 인간의 자아감에 영향을 미치는 뇌 역할보다는 뇌의 물리적 기능장애에 더 초첨을 맞춘다. 그러나 올리버의 저서는 정상적인 신체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도 명백한 독창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올리버는 온갖 희한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정신적, 육체적 퇴보 상태에서도 자신을 적응시키고 재고 안 하는 환자들의 놀라운 능력을 발견했다.
지미의 잃어버린 시간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도 자아가 있을까? 올리버는 '지미 G'라는 49세 남성을 소개한다. 그는 1975년 올리버가 일하던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잘생기고 건강하고 명랑한 지미는 학교를 졸업한 후 전쟁 중에 미 해군의 잠수함 무선통신사로 복무했다. 그런데 올리버는 지미를 상담하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미가 자신의 과거사와 가족사를 현재 시제로만 이야기했던 것이다. 지미에게 올해가 몇 년인지 묻자, 그는 "당연히 1945년이죠" 라고 대답했다. 지미는 퇴역군인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입학할 예정인 열아홉 살 청년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올리버는 잠시 상담실을 나왔다가 2분 후에 다시 들어갔다. 그러나 지미는 올리버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상담을 받은 적조차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미의 기억은 1945년에서 멈춘 후 영우너한 현재에 머물러 있었다. 올리버의 과학적 지식으로 볼 때 지미는 치료로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를 가진 남자는 아니었다. 다만 주변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변화로 정신의 혼돈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40대 후반이라는 걸 부정하지 못했지만,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올리버는 지미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의미 없는 순간에 갇혀, 과거도 미래도 없이 살고 있다'라고 기록했다. 그리고 이것을 알코올에 의한 뇌 기관 중 유두채 손상에서 비롯된 '코르사코프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뇌의 나머지는 모두 정상이면서 기억력에만 무제가 생긴 것이다.
올리버는 지미에게 전날의 일을 기억할 수 있도록 일기를 쓰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는 일기를 통해서도 아무런 연속적 감각을 얻지 못했다.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의 일기를 읽듯 자신의 일기를 읽었다. 그는 자아의 면에서 무언가를 잃어버린 '영혼과 분리된'사람처럼 보였다.
미사와 참배의식에 온전히 심취해 있는 지미는 훨씬 '통합된'모습을 보였다. 영적인 차원의 의미가 그로 하여금 정신적 혼란을 극복하도록 만든 것이었다. 올리버는 '깅억력, 정신활동, 마음은 그릴 붙잡지 못했지만, 윤리적인 관심과 행동은 그를 완전히 사로잡았다'라고 썼다. 정원을 거닐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지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결국 지미는 일반인이 자아감을 느끼는 정상적인 기억의 경험은 못하지만, 그 밖의 시간에서는 똑같이 살아 있는 사람이며 자신의 경험에서 의미를 얻고 있었다. 섬세한 활동 처방을 통해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그는 질병을 극복하고 자신의 일부를 유지하는 길을 찾아낸 것이다. 그 일부가 '자아'가 됐든 '영혼'이 됐든지 간에 말이다.
투렛 증후관과 자아
신경학적 과잉 사례는 1885년에 처음 소개됐다. 당시 프로이트와 함께 신경학자 장 마르탱 샤르코에게 가르침을 받은 조르주 질 드 라 투레트가 틱, 과잉행동, 이상한 소리, 나쁜 농담, 괴상한 강박증 등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고한 것이 최초였다. 그가 관찰한 증후군 자들은 온순한 경우부터 폭력적인 경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증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설명이 어려울 만큼 증세사 괴상했고, 상대적으로 희귀했던 탓에 '투렛 증후군'(이를 처음 발견한 투렛의 이름을 따서)은 의학계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에 투렛 증후군 협회가 생겨난 이래, 현재는 수천 명이 이 협회의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또한 투렛 증후군에 대한연구가 진행되어 이것이 뇌 부분중 가장 원시적인 부분인 '구뇌'의 손상과 관련이 있다는 투렛의 주장이 입증되었다. 시상, 시상하부, 변연계, 편도체 등이 위치한 구뇌는 기본적인 인성을 형성하는 부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투렛 증후군자의 뇌에서는 정상인보다 훨씬 많은 자극 전달물질, 특히 다량의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도파민이 결핍되어 있는 파킨슨 환자의 정반대의 경우인 것이다. 따라서 도파민 과잉을 중화하는 '할돌'이라는 약물만 있으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투렛 증후군을 단순한 뇌 화학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노래하거나 춤을 추거나 연극을 할 때처럼 평소에 빈번히 나타나던 틱과 행동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올리버는 이를 두고 '나'라는 개념이 '그것'이라는 질병을 극복한 것 같다고 분석한다. 정상인들은 자신의 인식과 반응, 움직임을 확실히 '소유'하기 때문에 그만큼 강한 자아감을 갖기 쉽지만, 통제할 수 없는 강한 충동의 폭력을 끊임없이 당하는 투렛 증후군 자들이 자아감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올리버는 대부분의 투렛 환자는 증세에 단순히 지배당하지만, 일부 환자는 자신의 증세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특성으로 완전히 편입시켜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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