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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심리

질병인식불능증, 왼쪽 팔다리만 적용되는 증상

by 지니라미머니 2022.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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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인식불능증 이란, 다른 정신적인 면은 정상인 사람이 팔다리가 마비되었다는 사실만 강력히 부정하는 증세를 뜻한다. 그런데 이 증세는 우뇌 손상으로 왼쪽 팔이나 다리가 마비되었을 때만 일어난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된 것인가? 그렇다면 왜 왼쪽 팔다리에만 적용되는 것인가.

뇌의 두 반구가 서로 다른 일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좌뇌는 믿음 체계 또는 현실의 원형을 형성하며 타고난 순응 주의자로 원래의 방식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려고 한다.  따라서 원형과 다른 새로운 정보가 전달됐을 때 좌뇌는 현상 유지를 위해 부정이나 억압의 방어기제를 가동한다. 반대로 우뇌는 현상 유지에 도전하는 일을 맡아 일관성에서 벗어난 모든 변화와 신호를 찾아낸다. 따라서 우뇌가 손상되면 좌뇌는 자유롭게 부정과 거짓 꾸미기를 시작하며 우뇌의 현실 점검 기능이 사라진 정신은 자기 기만의 길을 걷는다.

 

뇌의 자아 사수

라마찬드란이 연구한 질병인식불능증 환자들은 마치 프로이트의 방어기제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그들은 자아를 지키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왜 현실을 합리화하고 거기서 도피하는지 그 과학적인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일은 신경학의 몫이 되었고 그 열쇠는 정신이 아닌 뇌 회로가 쥐고 있는 듯하다. 집중적, 확산적 방어기제를 나타내는 부정 모드의 환자들은 이를 연구하는 데 가장 좋은 대상이다.

뇌는 자아감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 아마도 뇌신경계가 너무나도 다른 여러 가지 조직을 포함하고 있어 이것들을 하나로 묶어 두고자 거대한 환상이 필요하도록 진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사회화되고 짝을 맺기 위해 인간은 자신을 책임지는 자율적인 존재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책임지고 있는 것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부분은 마치 좀비처럼 자동적으로 알아서 움직인다.

 

질병인식불능증 닮은 별난 사례들

라마찬드란은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의 위대한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를 언급하며 별난 사례들을 카펫 밑으로 쓸어버린 뒤에야 확고한 과학적 이론이 구축될 수 있다는 쿤의 말을 인용한다.  하지만 라마찬드란은 이 말을 뒤집어 별난 사례들을 해결하는 것으로 더욱 일반화된 이론에 다가설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의 경우를 살펴보자.

* 뇌편측 무시-왼쪽에 위치한 모든 사물과 사건에 관심이 없는 증상이다.

때로는 몸의 왼쪽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엘렌은 접시 왼쪽에 놓인 음식은 먹지 않으며, 왼쪽 얼굴에는 화장을 하지 않고 왼쪽 이는 닦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사람들은 무척 놀라겠지만 이러한 증세는 그리 특이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우뇌, 특히 오른쪽 두정엽이 손상된 환자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증상이다.

* 카프그라 망상 증후군-부모나 자식, 배우자, 자매를 사기꾼으로 모는 드문 신경 질환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모나 자식을 알아보기는 하지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그들이 가짜가 틀림없다는 확신을 뇌 속에서 일으킨다. 신경학적 측면에서 보면 이는 특정 인물에 대한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안면 인식 부분(측두엽 피질)과 편도(대뇌변연계로 향하는 문) 사이의 단절로 인해 발생한다.

*코타르 증후군-자신은 죽었다고 여기는 해괴한 증세이다.  이들은 살이 썩는 냄새를 맡고, 몸 안팎으로 벌레가 나왔다 들어가는 환상에 시달린다. 라마찬드란은 이것이 뇌의 감각을 관장하는 부분과 변연계 사이의 단절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환자들은 말 그대로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며 자신의 삶에서도 분리된다. 뇌가 이런 상황을 처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죽었다고 착각하는 것뿐이다.

 

의식이란 무엇인가?

실험에 이용하기 쉬운 이러한 특이한 사례들을 통해 정상적인 정신의 작동 방식을 밝혀낼 수 있다.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만약 뇌 회로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진실과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한 모든 개념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

인간의 현실감각은 인간이 세상을 잘 살아나가도록 고안된 정교한 환상에 가깝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밝혀지기 시작했다. 만약 인간이 매 순간을 모두 순수하게 인식하며 살아야 한다면 인간은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본적인 양의 현실 인식을 당연히 여겨야 하며, 그런 면에서 인간의 뇌는 상당히 훌륭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뇌의 어딘가가 잘못됐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의식이 그동안 얼마나 세밀한 균형을 맞추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

편도와 측두엽은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라마찬드란은 이것들이 없다면 인간은 아무런 의미도 감지할 수 없는 로봇이 될 거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에는 행동의 방향을 알려주는 회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왜' 그리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경로도 있다.  라마찬드란은 종교적 체험과 측두엽에서 일어나는 간질의 관계를 9장 전체를 할애하여 설명한다.

뇌의 측두엽이 발작을 일으키면 인간은 갑자기 모든 것을 강한 영적 방식으로 인식한다. 인간이 지닌 의식을 논하는 능력과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확연히 분리시킨다. 그러나 이 같은 능력이 손상되거나 변화되면 인간은 오히려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명은 인간이 진정으로 인간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 일어날 것이라고 라마찬드란은 말한다. 그는 뇌 연구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뇌가 전쟁과 폭력, 테러 같은 모든 불쾌한 일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뇌 해부학과 뇌 회로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는 신경학은 기초적인 뇌 연구 분야이다. 뇌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의지를 지닌 개별적 인간으로서 우리의 감각과 뇌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라마찬드란의 주장대로 자아감이란 것이 육체가 살아 있음을 확신하고자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정교한 환상일지라도 이것 역시 인간이 철학적. 정신적 차원에서 우주와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는 다른 동물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며 인간은 이를 소중히 여기고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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