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나의 정신과 뇌의 뉴런은 배타적인 관계가 있는가? 그렇다면 자유의지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뇌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은 반복적인 질문들은 신경학을 더욱 매력적인 학문으로 만들었다.
의식이란? 자아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오랫동안 철학자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뇌 과학이 여기에 대답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로 손꼽히는 라마찬드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처럼 뇌 과학이 웅장한 의식의 이론을 정립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이론을 세우는 초기 단계에 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라마 찬트란의 두뇌 실험실]은 정신의 수수께끼를 폭로한 라마찬드란의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을 읽은 다음부터는 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팔을 들어 올리거나 물컵을 집을 수 없다. 과학자들은 보통 가설을 세운 다음 그것을 증명하지만, 라마찬드란은 그와 반대 방식을 취해 현대 과학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기괴한 의학적 미스터리에 일부러 관심을 갖는다. 정신의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전에는 정신병으로 진단되었던 많은 사례가 사실은 뇌 회로의 고장이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미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실은 다 미친 것은 아닌 것이다.
또 두개골에 관한 풍부한 해부학적 지식을 제공한다. 탐정소설 주인공인 셜록 홈스를 유달리 좋아하며 스스로 자신이 평범한 과학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라마찬드란은 셰익스피어와 인도 출신의 전인치료 권위자 디팍 초프라를 인용하고 프로이트와 인도 철학도 언급한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책에서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나열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대중과학서라는 타이틀에 딱 맞는 정도의 지식만 담겨있다. 이러한 배려 덕분에 시상하부나 전두엽 같은 용어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독자들도 [두뇌 실험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다소 두서없으면서도 자유로운 스타일의 라마찬드란 책은, 회색의 촉촉한 세포 덩어리가 자기 인식과 의식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방식을 흥미롭게 설명해준다.
뇌의 구조
'겨우 모래알만 한 크기의 뇌 단편에 무려 10만 개의 뉴런과 200만 개의 축색돌기, 10억 개의 시냅스가 들어 있으며 이것들은 서로 대화를 나눈다. 라마찬드란은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이라는 네 개의 엽을 비롯하여 뇌의 두 쪽 반구를 형성하는 다양한 부분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 두 개의 반구는 각기 반대편 신체의 움직임을 조절한다. 왼쪽 반구는 신체의 오른쪽을, 오른쪽 반구는 신체의 왼쪽을 관장하는 것이다. 왼쪽 반구인 좌뇌는 그것이 생각이든 말이든 이야기하는 것을 통제하며 이성적인 의식을 다룬다. 반면 우뇌는 인간의 감정과 인생의 전반적인 인식을 다룬다. 전두엽은 뇌에서 가장 인간적인 부분으로서 지혜, 계획, 판단 등의 능력을 관장한다. 그 밖의 다른 부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뇌량 - 두 쪽의 반구를 연결하는 섬유 다발이다.
* 연수 - 척수의 가장 위쪽에 있으며 혈압, 심박, 호흡을 조절한다.
* 시상 - 뇌의 중앙에 위치하며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이곳에서 중계된다. 뇌의 가장 원시적인 부분이다.
* 시상하부 - 시상 아래쪽에 있으며 공격, 공포 등의 동기와 연관되며 호르몬 및 신진대사 기능과도 관련이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지식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아직 기억과 지각이 형성되는 과정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를테면 기억은 뇌의 특정 부분에 저장되는가? 그렇지 않으면 뇌 전체에 저장되는가? 라마찬드란은 두 가지 모두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떤 임무를 맡고 있으며, 각 부분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인간 본성의 이해에 좀 더 다가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환상지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뇌 안의 유령'이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원래 라마찬드란은 '유령의 팔다리 또는 환상지'를 경험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로 유명하다. 사지가 절단되거나 마비된 후에도 그 팔다리에 대한 감각이 남아 있는 것이 바로 환상지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잘려나간 환상지에서 실제로 엄청난 통증을 경험한다.
라마찬드란은 이러한 환상이 신경계의 어느 곳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없어진 팔다리의 감각이 왜 뇌속 동결된 채 남아 있는 걸까? 오랜 실험과 연구를 거친 후 라마찬드란은 환상지 감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뇌는 팔다리를 포함하는 육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팔다리가 없어졌을 때 뇌가 이러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전통 의학에서는 팔이나 다리를 잃은 환자가 그 충격으로 인해 팔다리가 여전히 붙어 있길 바라거나 없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라마찬드란은 자신이 관찰한 환자들은 대부분 신경 증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런 환자 중엔 미라벨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팔이 없었지만 팔이 움직이는 듯한 생생한 감각을 느꼈다. 이것은 뇌 회로가 팔다리의 협동이 가능하도록 배선되었으며 그것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는 걸 말해준다. 움직일 팔다리가 없다는 감각기관의 정보를 무시하면서까지 말이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또 팔꿈치 아래가 없이 태어난 소녀가 셈을 할 때마다 있지도 않은 손가락을 사용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팔다리를 잃은 사람의 경우 뇌가 팔다리를 움직이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더라도 팔다리가 없다는 피드백을 받으면 감각이 중단된다. 하지만 원래부터 팔 없이 태어난 사람들은 무언가 달라졌다는 감각적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뇌는 사용할 팔이 있다는 믿음을 계속해서 유지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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